월드컵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른 멕시코 현지에서 한국을 향한 관심과 사랑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불타오르고 있습니다. 대회 개막식에 K팝이 울려 퍼진 것을 시작으로, 거리 곳곳에서는 우리말로 인사를 건네는 현지인들을 아주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습니다.

실제 멕시코 과달라하라의 한 거리에서 만난 소녀 파티마 씨는 카메라 앞에서 거침없는 태권도 발차기를 선보이며 유창한 한국어로 자신을 소개했고, 지난해 한국 여행 중 '한강 라면'에 매료된 호세 씨 부부는 고향에 직접 화려한 한글 간판을 건 한국식 라면 가게를 차려 '작은 한국'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스포츠와 대중문화 역시 양국을 잇는 단단한 가교가 되어, 축구스타 손흥민의 '찰칵 세리머니'는 친근한 인사법으로 자리 잡았고 방탄소년단(BTS)으로 대표되는 K팝은 이미 현지의 주류 문화로 깊숙이 스며들었습니다. 주멕시코 한국 대사관 관계자 역시 현재 한국과 관련된 모든 것에 대한 멕시코인들의 관심이 폭발적이라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이러한 뜨거운 K-열풍은 경기장 안으로도 고스란히 이어져, 지난 12일 사포판의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체코의 조별리그 A조 1차전은 마치 서울 상암동을 방불케 했습니다. 경기 전 전광판에 태극전사들의 이름이 호명되자 멕시코 현지 관중들은 우레와 같은 함성을 지른 반면, 체코 선수들에게는 당황스러울 정도의 야유를 보냈습니다. 한국이 공을 잡으면 환호가, 체코가 공격할 때는 험악한 야유가 쏟아진 끝에 한국의 2대 1 승리로 경기가 끝나자, 현장 안팎의 멕시코 팬들은 자기 일처럼 기뻐하며 축하를 건넸습니다. 이에 한국 축구 대표팀의 황인범 선수는 "이곳을 서울월드컵경기장처럼 만들어 준 멕시코 팬들에게 감사드린다"며 벅찬 감동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멕시코 팬들이 이처럼 압도적인 응원을 보낸 이유는 명확합니다. 경기장에서 만난 20대 안드리아 씨는 "내 또래 친구들은 한국을 정말 사랑하고 넷플릭스로 드라마도 많이 본다"며 "우리는 친구(아미고)"라고 외쳤습니다. 실제로 이번 월드컵은 개막 한 달 전 멕시코시티에서 사흘간 15만 관객을 모은 BTS의 공연을 시작으로, 개막식 무대에 오른 싱어송라이터 이재와 블랙핑크 리사, 그리고 다음 달 결승전 하프타임 공연을 장식할 BTS까지 K팝 가수가 대회의 처음과 끝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멕시코 남성 팬 에드가 씨는 "2018 러시아 월드컵 당시 한국이 독길을 2대 0으로 꺾어준 덕분에 멕시코가 16강에 올랐던 기적을 여전히 기억하고 은혜를 잊지 않고 있다"며 축구로 얽힌 특별한 인연을 고백했습니다.
그러나 이 달콤한 환호도 잠시, 오는 19일 열릴 조별리그 2차전 상대는 바로 개최국인 홈 팀 멕시코입니다. 4만 5천여 석의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은 이제 한국을 향한 환호 대신 온통 녹색 유니폼을 입은 홈팬들의 일방적이고 압도적인 응원으로 뒤덮일 예정입니다. 평소 한국 사랑을 외치던 멕시코 축구 팬 안드레 씨 역시 "한국을 정말 좋아해서 마음이 복잡하지만 그래도 승부는 승부니 멕시코를 응원하겠다"며 2대 1로 멕시코가 이길 것이라며 냉정을 되찾은 모습이었습니다.
현지 전문가인 멕시코 ESPN의 헤수스 베르날 기자는 "두 팀의 실력이 아주 대등해 이번 경기는 비길 것 같다"며 긍정적인 분석을 내놓기도 했지만, 개최국과의 맞대결인 만큼 심판의 판정이 홈 팀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이른바 '홈 콜'과 거친 파울은 우리 대표팀이 가장 경계해야 할 부분입니다. 대한민국 대표팀의 홍명보 감독과 이강인 선수 역시 "상대 홈 팬들이 일방적인 분위기를 만들면 큰 부담이자 어려운 경기가 될 수 있다"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습니다. 문화로는 한없이 가까운 이웃이지만 16강 길목에서 양보 없는 외나무다리 대결을 펼쳐야 하는 상황 속에서, 우리 대표팀은 이제 어제의 친구에서 오늘의 적이 된 멕시코의 거대한 녹색 함성을 뚫어내야 하는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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